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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내축구

[국내축구] 6천의 상암과 6만의 상암 - 관중을 경기장에 데려오는 방법

by 소난 2022.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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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그저 축구를 좋아하는 한 개인의 의견으로만 봐주세요.

2022년 3월 19일
K리그
FC서울 vs 제주 유나이티드 관중 수 6,276명

2022년 3월 24일
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 vs 이란 관중 수 64,375명

5일 간격을 두고 펼쳐진 두 경기의 관중 수이다.

2022.3.19 FC서울 vs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직접 촬영)
2022.3.24 대한민국 vs 이란 경기 (직접 촬영)

물론, 두 경기를 단순 관중 수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 월드컵 최종예선, 거기다 숙적 이란과의 홈경기인데 관중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저 6만 명 중에, 만 명이라도, 2만 명이라도 K리그 경기장에 데리고 올 수는 없을까?

관중을 데리고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왜 이란전을 보러 갔는가

내가 왜 이란전을 보러 갔는지를 되짚어 보며, 이란전의 흥행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보았다.

01 Player

: 나에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늘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 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었고, 어쩌면 마지막으로 손흥민을 직접 볼 기회일 수 있었다. 그밖에도 황희찬, 김민재, 이재성 등 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있고, 이들의 존재는 팬들을 경기장에 오게 만든다.

02 Match

: 적어도 축구에서 만큼은 이란이 일본 못지않은 라이벌이다. 홈에서 이란과의 경기를 볼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기에, 망설임 없이 예매를 결정했다. 상대가 이란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흥행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11년 만의 승리를 노리는 대표팀'이라는 훌륭한 스토리와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매치는 관중의 지갑을 연다.

03 Place

: 장소가 상암이었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1,000만 서울 시민 중 이 경기를 보러 올 6만 명을 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04 Game

: 최근 벤투 감독의 대표팀이 조직적으로 완성되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마다 호평을 받고 있다. 좋은 경기력의 대표팀을 직접 보고 싶은 팬들도 많았을 것이다.

 

K리그는 어떻게 관중을 경기장에 데려올 수 있을까?

01 Player

- 유명 국내 선수 영입
: 이번 시즌 K리그에 돌아온 '코리안 메시' 이승우는 단연 K리그의 큰 이슈였다. 선수의 최근 폼을 차치하더라도, 이 선수가 가진 잠재력, 스타성, 명성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커뮤니티 상에도 이승우 관련 글이 확연하게 증가했고, 뉴스 기사도 많이 볼 수 있다.
기성용, 이청용, 김보경, 구자철 등 과거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도 현재 K리그로 리턴했고,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다. 이러한 스타 선수들의 존재는 분명히 관중을 경기장에 데려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암에서 손흥민에 열광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어찌 보면 가장 확실한 흥행 카드이다.

-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
: 외국인 선수는 확실한 실력적 우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카우팅 비용, 이적료, 높은 연봉이나 외국인 선수 쿼터를 사용하면서 선수를 데려올 이유가 없다. 주먹구구식 영입이 아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스카우팅 시스템이 수반되어야 한다. 'Game' 항목과 직결되지만, 실력 있는 선수는 경기력 향상을 가져오고, 관중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 기존 선수의 '스타'화
: 가장 막연하면서 어려운 이야기이다. 바로 기존 선수를 '스타'로 만드는 것이다. 스타플레이어가 꼭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행동이나 발언, 외모, 실력 등의 요소에서 남들의 이목을 끌고, 본인이 그것을 즐기는 기질을 타고난 사람을 스타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
해외 축구의 예를 들면, 과거 유명한 악동이었던 마리오 발로텔리 선수도 스타플레이어의 기질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실력만으로 최고였다고 하긴 어렵지만, 특유의 돌발 행동이나 발언은 언제나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렇다면 선수를 스타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구단 차원에서의 홍보 등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선수 본인의 노력에 의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또는 라이올라 같은 해외축구의 유명 에이전트들처럼, 선수의 에이전트에 의해 그것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다만, 한국 문화 특성상 '튀는 행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화제가 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선수보다는 묵묵히 열심히 하는 선수가 칭찬받는다. 이천수 전 선수나 이승우 선수가 특별한 것도 이런 문화의 한국 축구에서 나올 수 없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 스포츠 문화에서 스타 선수는 언론과 팬의 집중포화를 견딜 강인한 멘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것이 위에서 말한 '그것을 즐기는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대목이다.

02 Match

: 흥미로운 매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K리그 모든 팀이 과거 '슈퍼 매치'나 '동해안 더비' 같은 라이벌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분적인 스토리는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북 대 수원 매치는 '백승호 더비'가 될 수 있다. 백승호 이적 사가에서 갈등이 있던 두 팀 간의 스토리는 이슈를 만들 수 있고, 매치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는 않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스토리는 팬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팬들은 커뮤니티에서 끝없이 축구 얘기를 하고, 콘텐츠를 재생산한다. 팬들에 의해 생성된 스토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구단과 연맹에 달려있다.

03 Place

: 각 팀은 자신의 지역 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축구는 상암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집 근처에서도 늘 열린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서울에 살지만, 생활 속에서 FC서울이나 서울 이랜드를 만난 기억은 별로 없다. 동네 식당들도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인스타그램 홍보를 한다. 구단들도 경기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지역 사회에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04 Game

: 축구를 잘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감독, 선수, 유소년 등 너무 많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기에 나의 수준에서 논의하기는 어려운 주제다.
다만 확실한 것은, 승패에 상관없이 '티켓 값'을 하는 경기를 보여준다면 관중은 실망하지 않는다. 3월 19일 제주전에서 서울은 비록 패배했지만 감동이 있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코로나 여파로 주전 선수가 대거 이탈한 상황, 공격수가 수비를 보고 유스 선수가 대거 콜업되었던 경기. 하지만 서울은 제주의 공세를 잘 틀어막으며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그 경기에서 관중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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